2018년8월19일 박종길목사 컬럼
본문
집사(執事)는 문자 그대로 일을 맡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일반적으로 주인 곁에서 집안일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집사를 헬라어로 ‘디아코노스’라고
하며 기본 의는 ‘섬기는 자’입니다. 특별히 식탁 봉사는 디아코노스가 해야 하는 대표적인 일이었습니다(행6:2). 그래서 이 단어는 종이나 하인이라
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집사는 일상 속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용어가 교회에 들어와 목사, 장로와
더불어 존귀한 직분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교회의 직분은 감투나 계급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교회 직분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은사와 소명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섬기라고 맡기신 봉사직무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 직분 중에서 집사의 존재감이 가장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
다. 나이가 좀 들고 교회 생활을 오래한 남자 집사님들은 ‘아직도 집사입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저희 가족 중에서도 남편이 ‘장로는 해야
지 부끄럽지 않은데’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것은 집사는 장로보다 낮은 직분이고, 집사는 장로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직분을 계급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신앙의 선배들이 철저히 타파하려고 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회 안에 여전히 깊
이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은 교회 행사가 있을 때 안내와 주변 정리, 식사 준비, 그 밖의 허드렛일을 거드는 사람이 집사라고 생각할 것
입니다. 물론 그런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고 교회를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집사가 아니더라도 성도라면 누구나 나서서
해야 하는 공동의 일입니다. 목사나 장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사’라는 단어 자체가 지닌 의미 때문에 교회 역사 속에서 이 직분을 오해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중세 시대에 집사는 사제를 섬기는 사람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일도 했지만 예배 시간에 사제 옆에서 시중드는 일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 때문에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집사를 부제라고
부릅니다. 부제는 한국 교회에서 부목사에 해당하는 직분이고, 일정 기간의 수련을 거쳐서 사제가 됩니다. 부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제와
부제는 하는 일이 본질상 동일합니다. 부제는 사제가 하는 일, 즉 미사라고 부르는 제사의 집례를 돕습니다.
신앙의 선배들은 이와 같은 집사의 개념을 거부하고 성경적인 직분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덕분에 집사 역시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목사나 장로가
아닌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집사가 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자비를 베푸는 일, 즉 가난한 성도와 이웃을 공적으로 돌보는 사역
입니다. 따라서 집사에게 가장 필요한 은사는 가난한 자를 대하는 긍휼한 마음입니다. 목사와 장로가 하는 일이 주로 교회 안에 제한되어 있다면, 집
사의 직무는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쉽게도 조국 교회의 집사들은 그리스도의 자비 사역과 무관하게
교회가 기획한 내부 행사에 주로 참여하는 실정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불신자들에게 조롱과 모욕을 당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교회 안에
서와는 달리 세상에서 선한 사역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가난한 이들을 돌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난한 이들을 제대로
돌보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자비가 충만하고 성령의 지혜가 있는 자들을 집사로 세워(행6장) 공적으로
주님이 명하신 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럴 때 복음이 아름답게 빛나며 교회는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흥덕향상교회의 모든 집사직
분을 받은 분들은 날마다 성령충만하여 교회안·밖에서 주께서 맡기신 선한 사역에 충실한 일꾼되시기를 권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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